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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키드 런치
윌리엄 S. 버로스 저/권지은 역 |민음사
미국 문학사를 뒤흔든, 미친 소설
출간과 동시에 금서가 된 윌리엄 S. 버로스의 대표작. 당시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주변부의 삶을 작가 특유의 환상성과 유머로 담아냈다. 1960년대 비트 문학을 정점에 올려놓은 작품이자 다양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된 소설.
2026.02.27 소설/시 PD 김유리
책속으로
장담하건대 이런 식의 삶은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저 멀리 레번워스의 경찰들이 내 저주 인형을 만들어서는 각종 주술 의식과 사악한 경찰 마법을 실행하고 있다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 p.14

점잖은 독자들이여, 이 광경은 너무 추해서 차마 묘사할 수가 없다. 무서워서 웅크리고 소변을 지리는 겁쟁이인 동시에 검붉은 엉덩이의 비비원숭이 같은 난폭함을 갖추고서는 마치 서커스 쇼처럼 이 끔찍한 두 상태 사이를 왕복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 점잖은 독자들이여, 나는 이런 것들로부터 당신을 보호하고 싶지만, 내 펜은 마치 늙은 선원처럼 자기만의 의지를 지니고 있다네.
--- p.59

피가 긴 실처럼 매달린 주사기에 찔린 채로 하루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성관계와 그 밖의 모든 강렬한 몸의 쾌락을 잊어버린 채 지낸다. 마치 마약에 묶인 잿빛 유령처럼. 히스패���계 남자들이 나를 투명 인간이라 부른다.
--- p.94

얼마나 많은 세월이 피의 바늘에 묶여 왔던가? 힘 빠진 손을 무릎에 놓은 채로 그는 초점 없는 중독자의 눈을 하고는 겨울 새벽을 쳐다본다.
--- p.132

인간의 망가진 이미지는 매 순간, 매 세포에 따라 변화한다…… 가난, 증오, 전쟁, 범죄자나 다름없는 경찰, 관료주의, 정신 질환. 이들은 인간 바이러스의 각종 증상이다. 인간 바이러스는 격리 후 치료가 가능하다.
--- p.223

“당신이 어디로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박사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밖으로…… 저 멀리…… 문을 통과해……”
“녹색 문인가요?”
박사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방 전체가 폭발해 우주로 변했다.
--- p.258

현재 나의 목표. 살아 있는 것들을 찾아 박멸하라. 해충의 몸이 아니라 “사회의 곰팡이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난 자꾸만 잊어버린다. 우리는 일부 곰팡이들을 제외하고 거의 전부를 박멸했다. 하지만 음식을 담은 쟁반에 한 놈이라도 나타나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 pp.268~269

나는 전화를 끊은 후 택시를 타고 그 지역을 벗어났다…… 택시 안에서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비로소 깨달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사르가소해를 향해 헤엄치는 장어의 항문이 폐쇄되는 것처럼 나도 시공간으로부터 폐쇄되었던 것이다…… 시공간의 바깥에 갇힌 채로……
--- p.285

글을 쓰는 순간 그의 감각 앞에 놓여 있는 바로 그것…… 나는 기록하는 장치다…… 나는 감히 ‘이야기’, ‘줄거리’, ‘연속성’을 부여할 만큼 건방지지 않다…… 심리 과정의 특정한 부분을 즉물적으로 기록하는 것에 성공하고 있는 한, 나는 제한적이나마 제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나는 어릿광대가 아니다……
--- pp.289~290

이 제목은 단어의 뜻 그대로이다. 벌거벗은 점심, 즉 모든 포크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모두가 볼 수 있는, 얼어붙은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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